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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왔다.이 사건을 자기 부친이 이렇게도 재빨리 알아챘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정
여룡은 사지의 뼈마디가 흐늘흐늘 녹아 버리는 듯 전신의 맥이 일시에 탁 풀렸다. 그래도 몸
을 홱 돌이키고 방문 밖으로 뺑소니쳐 볼 생각을 했다.성수신검 정기봉의 두 눈동자에선 새
파랗고 매서운 광채가 줄기줄기 뻗쳐 났다.극도의 분노를 못 참아 전신을 후들후들 떨면서
고개를 홱 돌이켰다.무서운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이 짐승 같은 자식아! 꼼짝 말고 거기
서 있지 못할까!”정여룡이 어찌 감히 부친 앞에서 뺑소니칠 수 있을 것이랴!그는 즉각에
털썩 방바닥에 꿇어앉았다.성수신검 정기봉의 얼굴빛은 새파랗다 못해서 백지장처럼 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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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했다. 오른손을 천천히 높이 쳐들었다.그가 만일에 이 손으로 한 번 내려치기만 하면 정
여룡은 당장에 죽어 자빠지는 도리밖에 없는 판이다.성수신검 정기봉이 무예계에서 지니고
있는 위엄이나 신망이란 대단한 것이었다. 봉명장이란 석 자가 천하를 뒤흔들 만큼 쟁쟁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판에, 자기 집안에서 이런 추악한 사건이 발생하다니 ! 만일에 이런 추
잡한 소문이 밖으로 퍼져 나간다면 정기봉의 위엄이나 신망은 무슨 꼴이 될 것인가?정여
룡은 자기 부친의 손이 한 번 내려치기만 하면 자신의 목숨은 끝장이 나고 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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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있었다.뭣이라고 변명을 해보고도 싶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입이 벌려
지지 않았다.”아버님! 아버님! 이‥‥‥ 이 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눈물 섞인 음성으로
애원하면서 이마로 방바닥을 두들길 뿐이었다.”에잇 ! 천하에 짐승만도 못한 놈!”성수신검
정기봉은 극도의 격분을 못 참아 또 한 번 찌렁쩌렁 울리는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높이 쳐들고 있던 오른 손바닥을 훌쩍 뒤집었다.아들 정여룡에게 일장(一掌)의 공
격을 가해서 당장에 죽여 버리자는 생각이었다. 뒤집혀진 정기봉의 손바닥에서는 금시에
쉭쉭 소리를 내며 맹렬한 바람이 일어났다.바로 이 위기 일발의 찰나에,”잠깐‥‥‥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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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요!”말소리가 끝나는 순간, 어디선지 난데없이 한줄기 모질고 거센 장풍(掌風)이 사
납게 휘몰아쳐 들어와서 정기봉의 손에서 일어나는 바람을 사방으로 흐트러 버리고
말았다.성수신검 정기봉은 몸을 약간 비칠비칠했다.그리고 깜짝 놀랐다. 전광 석화같이
빠른 눈초리가 방문 밖을 노려봤다.”응? 아니‥‥‥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음성
을 억지로 가라앉혔다.”바로 당신이었구려!””그래요! 바로 나예요!”늙은 부인 하나가 왼
손으로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나타났다. 서릿발같이 싸늘한 표정으로, 뒤에는 계집종들
을 거느리고 천천히 걸어서 방안으로 들어섰다. 코웃음을 치면서 다음 말을 했다.”흥
! 아들 녀석이 무슨 대단한 잘못을 저질렀나요? 당신은 이렇게 당장에 아들놈을 죽여 없애실 작정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