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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서기 주총이었다.그 왼편으로 고개를 다소곳이 수그린 채 두 눈을 아래로 깔고,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는 듯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젊은 여자는 바로 화호 유사고 아가씨였다.아가씨는 고개를
수그리고 있으면서도, 가끔 다정한 눈길로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세옥의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 보곤 했다.소세옥은 언제나 태연 자약한 태도였지만, 이때만은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산란한 심정을 억제키 어려운 모양이었다. 자기 얼굴에 쉴 새 없이 꽂히는 유사고 아가씨의 타
까운 심정을 호소하는 듯한 시선도 아랑곳이 아니라는 듯.이때, 서기 주총이 껄껄대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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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핫! 핫! 젊은 친구! 나는 한 가지 까닭을 알 수 없는 점이 있단 말이오. 이미 그대의 신세가 명
백해졌고, 또 신영절학이라는 놀라운 무술 재간까지 배웠다면서, 어째서 신분을 밝히고 돌아가신
분의 뒤를 계속 계승하지 않느냔 말이오! 나는 절대로 그대 앞에서 덮어 놓고 아첨을 하는 것은 아니
오. 그대 만한 솜씨나 재간이라면 소위 육대 문파의 영도자들도 섣불리 덤벼들지는 못했을 터인데,
어째서 정체를 감추고 그 장면을 시끄럽게 만들었느냔 말이오?”소세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주 선생의 말씀도 일리가 있소이다만, 소생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커다란 의문이 풀어지지 않은
채로 쌓여 있소. 그래서 정체를 밝히고 밖으로 나돌아다닌다면 도리어 난처한 경우가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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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기 때문이오.”서기는 여전히 너털웃음을 쳤다.”허허허! 만일 그대가 나를 형님처럼 생각
하고 허심 탄회하게 이야기해 준다면, 나는 그 허다한 의문이 과연 무엇인지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소. 나같이 속임수로 세상을 살아가는 놈이 무술 재간이야 어찌 그대와 비교되겠소만, 세상 만사
그래도 그대보다 아는 것은 많을 것이오. 우리가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것도 무슨 인연일 것이
니, 좀 자세한 얘기를 들려 주면 어떻겠소?”유사고 아가씨가 술병을 들어 스승 서기와 소세옥의 술잔
이 철철 넘도록 가득 따라 주면서 쌍끗 웃었다.”정말예요. 우리들이 무술 재간이 남만 못하다고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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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든지 우리들은 도와 드리고 힘이 되어 드리고 싶은데요?”소세옥
은 고개를 돌려 아가씨의 얼굴을 한 번 힐끔 쳐다봤다.공교롭게도 소세옥의 얼굴을 뚫어지도록 바라
다보고 있는 아가씨의 다정한 눈길과 마주쳤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이 파도처럼 출렁했다.남몰래
자신을 스스로 꾸짖었다.’소세옥아! 너는 죽었어야 할 목숨인데 구사 일생으로 살아나서, 지금 이때,
일개 아녀자의 애정에 빠져서 허덕일 때가 아니다. 자운봉(紫雲鳳) 아가씨에게 진 애정의 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