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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고 선 채, 오른손만 홱 펼쳤다.식지(食指)에서 한줄기 얼음장같이 싸늘한 바람이 번쩍하고 화살
같이 뻗쳐 났다. 그것은 정면으로 덤벼들고 있는 복면을 한 사나이의 치명적인 급소 현기혈(玄
機穴)을 노리고 일직선으로 습격해 들어갔다.쌍방이 꼭같이 지극히 빠른 동작이었다. 보는 사람
의 눈에는, 일견사의 지풍(指風)이 상대방의 몸을 찔러 버린 것 같았다.그러나 전혀 예기치 못
한 놀라운 사태가 발생했다.일견사의 지풍이 상대방의 음자락을 스칠까 말까 하는 순간에, 복
면을 한 사나이는 갑자기 꿈틀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그의 전신은 엷은 연기로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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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기는 땅바닥을 쓸며 사방으로 자욱하게 번져 나갔고, 복면을 한 사나이는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일견사 허비는 어리둥절하며 재빠른 동작으로 몸을 훌쩍 뒤로 뽑았다. 단숨
에 몇 장 거리를 멀찍이 물러섰다. 그러고는 콩알만큼이나 조그만 두 눈을 딱 부릅떴다.땅바닥
위를 감돌던 엷은 연기가 흐트러졌다가 다시 한 곳으로 뭉쳐지더니, 복면을 한 사나이의 모습
이 처음과 꼭같이 나타났다.그는 일견사와 불과 일 장쯤 떨어진 곳에 단정히 서 있었다.
허비는 목청이 터져라고 소리를 질렀다.”신영시자는 그대와 어떻게 되는 사이인가?””나의 스
승이시다!””그러면 네 녀석이 바로 소(邵)가라는 젊은 놈인가?””잘 알아봤다! 이 서방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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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 바로 소씨다.”일견사는 돌연 앙천 대소했다.”핫! 핫! 핫! 괘씸한 놈! 나는 마침 네놈을 찾
고 있는 판이었다! 제 발로 걸어서 내 앞에 나타나다니! 핫! 핫!””내 목숨도 빼앗아야겠고, 저
천기부록이라는 책자도 입수해 보자는 배짱이겠지?””바로 맞았다! 와하하하!”일견사는 일부
러 너털웃음을 쳤다.”젊은 녀석이 어지간히 총명한데!”복면을 한 사나이는 코웃음을 쳤다.
“흥! 사람도 여기 있고 천기부록도 내가 몸에 지니고 있으니, 우리 교환 조건으로 타협을 하
는 게 어떨까?””교환 조건? 공평한 조건이라면 나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아주 지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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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조건이다! 핫! 핫! 핫!”복면을 한 사나이는 명랑한 음성으로 통쾌하게 웃었다.”그대가
나를 이겨 내면, 내 목숨과 천기부록을 몽땅 바치겠다! 만약에 그대가 나에게 패하였을 경
우에는 우선, 이 여허 노인의 한독기(寒毒氣)의 중독에 해독제를 써서 풀어 드릴 것, 그러
고 나서 네 손으로 네 목숨을 끊어 버릴 것.””헤헤헤‥‥‥ 헤헤!”일견사는 마음에도 없는 웃음
을 비굴하게 웃었다. 그러나 콩알만한 조그만 눈에서는 이상야릇한 광채가 뻗쳐 났다.
“이놈! 네놈은 정말 그럴 만한 자신이 있다는 거냐?”